방어의 계절이 오다
방어의 계절이 왔다. 11월부터 2월까지만 먹을 수 있는 방어. 그 기간을 놓치고 방어를 못 먹은 해는 괜스레 아쉬움이 남는다.
주문진에 가면 이제 자연산 방어를 어딜가도 볼 수 있다. 나는 주문진 수산시장, 활어회센터를 찾았다.
주문진 건어물 거리와 활어회센터
활어회센터는 주문진 수산시장 인근 건어물 거리 중간지점에 위치해있다. 가는 내내 마른오징어를 살까 말까 고민하며 걸었는데, 회를 다 먹고 10마리를 결국 사버렸다. 3만 5천 원이었던 것 같고 질기지 않고 짭조름하니 정말 맛있었다. 서비스로 버터구이 오징어도 주셔서 집에 가는 길에 먹었는데 그것도 너무 맛있어서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회센터에 들어가자마자 상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당연스레 첫 집을 그냥 지나친다. (왜 항상 그런 걸까?) 그리고 이어 어디서 무슨 회를 파나 구경을 거듭했다. 확실히 제철인 만큼 까만 방어가 많이 보였다.
한 횟집 사장님께 적극적인 거래요청이 들어왔다. 일반적인 광어, 우럭, 참돔부터 요즘 제철인 방어까지 가격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다른 손님들로 시선이 빼앗겼다. 한 번씩 우리에게 눈길은 주지만 그 다른 손님들이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관심에서 빠져나왔다.
자연산 방어를 맛본 곳, '서울횟집'
설렁설렁 또 걷다가 이번에는 몇 집 건너에 있는 횟집에 도착했다. 바로 '서울횟집'이다. 특히 참돔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참돔은 머리가 커서 살이 별로 안 나올 수 있어서 세명이 먹기 부족할 것 같으면 방어와 함께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스끼다시도 이것저것 많이 나온다는 말에 (어쩌면) 혹해 자리에 앉게 되었다.
회가 썰어지는 동안 사장님 말씀대로 다양한 스끼다시가 나왔다. 미역국, (작은 오징어가 들어간) 부침개, 콘샐러드, 인절미 등이 먼저 세팅되었다. 인절미는 감자떡 대신에 나온 듯 하다.
스끼다시로 나온 오징어회, 멍게, 홍게, 열기
방금 부친 듯 따끈한 전을 찢어먹고 있는데 오징어회와 멍게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자연산 멍게라고 강조하며 주셨다. 나는 멍게를 가려서 먹지 않았지만, 지인들은 정말 맛있는 멍게라고 했다. 그리고 오징어회도 크기는 작지만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맛있는 식감이었다. 특히 깻잎이 일반 깻잎보다 향이 강해서 오징어회와 궁합이 좋았다.
뒤이어 나온 홍게도 스끼다시로 나왔는데, 전날 어민 시장에서 사 먹은 홍게보다 다리가 얇아서 먹기는 힘든데 맛은 좋았다. 홍게까지 서비스로 나오다니 대박인데. 주문진에서는 일반적인 건가?
그리고 열기 구이가 나왔다. 방금 구워서 뜨거운 생선살을 조심스레 발라 먹었다. 열기라는 생선인데 주문진을 다니다 보면 열기를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시가 많아서 먹기는 조금 힘들지만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은 생선이다.
생각해보니 주문진을 여행하면서 오징어회, 홍게, 생선구이로 열기까지 각각 사 먹어 봤었는데, 그 모든 걸 회센터에서 다 먹고 있었다. 혹시 주문진에서 한 끼만 먹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다면 회센터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ㅋㅋ
자연산 방어와 참돔의 맛
드디어 대망의 회가 나왔다. 흰 살이 참돔, 붉은 살이 방어다. 전에 수산시장에서 회를 살 때도 천사채 없이 나왔는데 여기도 그랬다. 천사채는 위생관리가 잘 안 되는 집이 많다고 들어서 더 좋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양이 절대 적어 보이지 않았다. 참돔 살이 별로 안 나온다더니 거짓말이었나.
참돔부터 먹어봤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두께라 딱 먹기 좋았다. 식감은 광어와 우럭의 중간 정도랄까. 적당히 쫄깃하고 질긴 느낌이 없다. 반면 방어는 붉은 살 생선이라 기름기가 살짝 있고 설컹거리는 식감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것이 매력적인 생선이지만 취향에 따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색깔이 된장에 가까운 막장과 함께 먹었는데, 이 집 막장이 장난 아니다. 특히 쌈 싸먹을 때 채소와 어루어지는 맛이 정말 좋다!
회를 거의 다 먹을쯤 매운탕을 주문했다. 센스 있는 사장님은 미리 매운탕 준비를 이미 마치셔서 데우기만 하면 되었다. 육수가 제대로 우러난 매운탕. 와, 매운탕 맛집 등극! 그냥 맵기만 한 매운탕이 아니고 정말 맛있는 매운탕이었다. 깨 가루가 들어갔는지 고소한 맛이 났고, 매콤하고 감칠맛이 나서 배부른데도 자꾸 떠먹을 수밖에 없었다. 밑에 깔린 수제비도 쫄깃하고 맛있었다. 수제비 더 추가할 수 없었으려나.
참돔+방어+각종 스끼다시+매운탕까지 가격은 8만원이었고, 세 명이 배불리 먹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스끼다시가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방문하기에도 좋을만한 곳이다.
매일 09:00~23:00
카드 가능
주차타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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