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상이 힘들어지고 사람 많은 관광지는 망설여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캠핑이 핫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캠핑은 우리만의 공간에서 멋진 풍경과 함께 감성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감성캠핑'이라는 주제로 많은 유튜브 영상이 나오고, TV에서도 「갬성 캠핑」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상을 접할수록 캠핑에 대한 로망이 생겨서 나도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다. 캠핑용품이 어찌나 많은지 간단하게 준비하려 해도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알게된 '해와달 수상 글램핑'. 글램핑은 캠핑과 다르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몸뚱이와 먹을 것만 챙기면 될 뿐. 게다가 물 위에 떠있는 글램핑장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야.
바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이미 가까운 주말엔 예약이 꽉 차 있었던 것. 한 달 뒤부터 예약을 할 수 있는 날짜가 뜨는데 그날을 기다려야 했다. 딱 한 달 전 자정, 해와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 성공! 그것도 원래는 인기있는 7번 방을 하고 싶었는데(가장 가운데 방) 이미 나가서 8번 방을 선택해야 했다. 꽤 힘들잖아?
드디어 당일. 바베큐 재료들을 사가지고 글램핑장에 도착했다. 가는 길이 옛 시골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차장에서 배정된 방까지 그리 멀진 않았지만 짐을 옮기기엔 거리가 조금 있었다. 그래서 글램핑장에서 빌려주는 초록색 수레에 짐을 싣고 옮겼다.
글램핑장 내부는 꽤 아늑하고 좋았다. 커다란 침대 두 대가 방 안쪽을 차지하고 있었고, 널찍한 테이블도 안팎으로 있었다. 식기류는 물론 수건, 드라이기, 전자렌지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청결 부분에서 정말 만족도가 높았고, 뜨거운 물이 생각보다 잘 나오는 것도 나이스 했다.
야외 바닥은 모기향 자국으로 가득했는데, 내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모기는 없었다. 근데 파리가 많았다. 보일 때마다 파리채로 파리를 잡곤 했다. 잘 때 신경 쓰일까 봐. 모기보단 낫지 뭐.
재밌는 것은 물 위에 떠 있는 글램핑장이라 화장실을 사용할 때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곳은 안그랬는데 화장실에서만. 그래서 멀미가 난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나를 포함한 일행들은 전혀 문제없었다.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난 뒤 풍경을 감상했다. 차분해지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사람들이 꽤 있었을 텐데도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 잔잔하게 흐르는 물도,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도 참 예뻤다.
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바베큐로 돼지 목살과 새우를 준비했는데 사장님께서 불을 가져다주시면서 굽는 것을 도와주셨다. 향신료(?)를 뿌리고 초벌을 해주셨는데 덕분에 정말 맛있게 구워졌다. 특히 양송이는 왜 그렇게 맛있었지? 누가 몰래 설탕을 뿌렸나.
그런데 물이 가까워선지 정말 추웠다. 도저히 밖에서는 먹을 수가 없어서 재료들을 다 구워버리고 음식들과 함께 서둘러 안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먹기에 집중! 바베큐 자체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꿀맛이었다.
맥주는 하이네켄 케그를 가져갔다. 냉장고에 넣어둔 채로 따라 마셨는데 캠핑용으로 딱인 것 같다. 따라 마시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고.
대충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영화를 봤다. 탕웨이가 정말 예쁘게 나오는 '만추'. 지금같이 찬바람 부는 계절에 꼭 챙겨보는 영화다. 탕웨이의 무표정에서 살짝 미소가 보일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져서 주기적으로 보곤 한다.
자기 전에는 잠깐 밖에 나가봤다. 깜깜해진 밤하늘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했다. 와-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신기했다. 내가 보고 있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잘 모를 만큼. 지금 생각해봐도 꿈만 같다. :)
방으로 들어가서 천막을 꼼꼼하게 내리고 온풍기를 제일 세게 틀었다. 안타깝게도 해가 떨어질수록 온풍기의 온도도 함께 떨어졌다. 다행히 온수매트와 전기매트가 있어서 침대는 따뜻했지만 윗 공기는 서늘한 편이라 이불을 꼭 덮고 잤다. 일교차가 큰 계절에 글램핑을 하려면 따뜻한 잠옷을 챙겨야 하겠다.
다음날 아침은 전날 미리 남겨놓은 새우 머리를 육수로 라면을 끓였다. 야외에서 먹었는데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끈한 라면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게 바로 힐링이지.
운치 있고, 시설도 깔끔하고 좋았던 '해와달 글램핑'. 조용하니 하루 있다 오기 딱이라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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